대학생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16비트 컴퓨터와의 만남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대신 학교에 설치되어 있는 중형 컴퓨터를 이용하여 수업을 받게 되었죠.
예전에 줏어들은 풍월은 있어가지고, 프로그램 입력은 천공카드로 해야 된다는 둥,
과제를 마치고 귀가하기 까지 줄서서 기다려야 한다는 둥 같은 과 친구들에게 아는체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습실에 들어서는 순간, 제가 틀렸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책상위에는 keyboard와 monitor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천공카드 입력기라든지, key punch operator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미 시대는 많이 바뀌어 keyboard가 보편적인 입력장치로 사용되고 있었던 것이죠.
"저 녀석 제대로 알고 있긴 한거야?" - 친구 1
"우리 아버지가 대학들어간 기념으로 AT 한대 사주시기로 했는데 쟤는 16비트
컴퓨터도 한번 만져 본적이 없다지?" - 친구 2
비록 PC사용경험에서는 서로 차이가 있지만, 학교의 중형 컴퓨터는 서로에게 모두
낯선지라 크게 문제될 건 없었습니다. 모두 다 처음부터 새로 배우는 입장이었죠.
"컴퓨터 실습을 하기전에 각자 ID와 password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 조교

당시 학교에 설치되어 있던 system은 DEC (Digital Equipment사)에서 생산된 VAX라는
system이었습니다. CPU및 저장공간을 개인별로 일정용량 할당받아 사용하도록 되어 있었죠. 새로운 system이라고는 하지만 저에게는 예전에 8비트 컴퓨터를 사용하던 시절과 크게 다를 게 없었습니다. 그때도 keyboard와 monitor만 있는 환경이었으니까요. 차이가 있다면 사용하기전 ID 와 password를 정확히 입력해야 하는 과정이 추가되었다는 것 뿐...
실습시간 내내 학교 컴퓨터는 PC환경과 많이 달라 어렵다는 둥 군데군데 소근거림이
들리더군요. 아무튼 대학에서 컴퓨터와 재회하는 날 저의 사기행각(?)은 그렇게 끝이나고 있었습니다.

'나의 PC사용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년 더 연장된 암흑기 - 재수 시절  (0) 2018.02.09
천공카드  (0) 2018.02.09
Programming 언어와 첫만남 - BASIC  (1) 2018.02.09
Apple computer와 첫 만남  (1) 2014.11.16
Posted by 화공쟁이
,

나름 열심히 공부한다고 했는데 노력이 조금 부족했었나 봅니다. 대입 시험에 낙방하고서 재수생이 되었죠. 고등학교때 저와 친했던 친구녀석 하나는 컴퓨터 공학과에 입학하였습니다.
서로 노는 물이 다른 관계로 연락도 없이 지내던 그 녀석이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어느날 저를 찾아왔습니다. 손에는 합격을 기원하는 찹살떡을 사들고서.. 오랜 동안 연락이 없었기 때문이겠지만 조금 서먹서먹하더군요. 어색한 미소와 아주 일상적인 인사가 가볍게 오가고, 긴 시간 침묵... 저는 원래 떡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사온 사람의 성의를 생각해서 몇개 집어먹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그 녀석이 컴퓨터를 전공한다는 사실이 생각나면서 예전부터 궁금해 하던 것들을 물어봐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야! 8비트 컴퓨터하고 16비트 컴퓨터하고 어떻게 다른거냐?" - 쟁이

뭐라고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는 않습니만, 전문적인 기술용어를 섞어가며 열심히
설명을 해 주더군요... 아무리 친구사이라지만 제가 그런 말들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눈치챌까봐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하고서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렸습니다.
"컴퓨터 배우기 어렵냐? 학원을 다녀야 할까? 컴퓨터 한대 사려면 얼마나 있어야
하는데?" - 쟁이
"DOS를 먼저 배워야 하는데, 바보가 아닌 이상 컴퓨터 잘하는 친구한테 부탁해서
하루만 배우면 될껄?" - 친구
그밖에도 computer에 대해 상당히 많은 대화를 나눴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16비트
컴퓨터는 XT(eXtended Technology), AT(Advanced Technology)가 있고 요즘은 386컴퓨터가 개발되어 나왔는데 가격이 무척 비싸서 개인이 사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이라는등... 그리고 다음번 여름방학 기간에 자기가 다니는 학교에 방문해 주면, 기숙사 room mate가 집에 가고 없을 것이므로 숙식 제공은 물론 컴퓨터도 가르쳐 주겠다는 약속이 있었습니다.
두번의 실패는 있을 수 없다는 각오로 열심히 준비해서인지, 다행히 그해 입시를
통과하면서 드디어 화학공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화공쟁이로서의 삶이 시작된 것이죠. 그리고 화공쟁이 못지 않게 컴퓨터와의 인연도 깊어지게 되었습니다.

'나의 PC사용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컴퓨터와의 재회, 하지만... - 학교 중앙 전산실  (0) 2018.02.09
천공카드  (0) 2018.02.09
Programming 언어와 첫만남 - BASIC  (1) 2018.02.09
Apple computer와 첫 만남  (1) 2014.11.16
Posted by 화공쟁이
,

천공카드

나의 PC사용기 2018. 2. 9. 10:07

저보다 세살많은 누나가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호기심이 많은 시기라 누나가 대학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꺼낼때면 귀를 쫑긋 세워 관심있게 듣곤 했었죠.

그러던 어느날, 컴퓨터를 전혀 접해보지 못한 누나가 학교 computer 수업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FORTRAN 숙제를 해가지고 가야 하는데 걱정이야." - 누나
"FORTRAN? 그게 뭔데?" - 쟁이
"그건 넌 몰라도 되. 그런데 오늘 프로그램 다 짜놓지 않으면, 내일 천공카드 만드는 데서 오랬동안 줄서서 기다려야 하는데.." - 누나

온통 알아듣지 못할말 투성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까지도 지금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PC는 개발되기 전이고, 대학교에는 교육목적으로 중형컴퓨터를 설치해 운영하였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학교 컴퓨터를 이용하여 프로그램을 실행해 보려면, 먼저 program code를 작성해 key punch operator에게 넘겨주고, 작업이 끝날때 까지 기다려 천공카드를 받아들고 컴퓨터의 reader기를 이용하여 읽어들여 실행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한참후의 일이었습니다. 컴퓨터에 program을 입력하기 위해 keyboard가 아니라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있는 종이 카드라니.. 요즘 편리하게 사용하는 컴퓨터가 개발되기까지 상당히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중 뉴스를 통해 16비트 컴퓨터가 개발되었다는 소식을 우연히 접하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모든 컴퓨터 학원들은 서서히 기존의 8비트 컴퓨터 대신 16비트 컴퓨터로 교체 설치해 놓고 수강생들을 모집했겠죠. 그 두가지 컴퓨터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지 무척 궁금했지만, 고등학교 시절 그 차이를 알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은 불가능 했습니다. 부모님이 완강하게 반대하신데다 대학입시라는 중요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죠.

Posted by 화공쟁이
,

학원을 다니면서 주로 배웠던 것은 BASIC이라는 프로그램 언어였습니다. 어쩌면 그때는 컴퓨터를 배운다는 것과 BASIC programming은 같은 의미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제 막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중학생에게 programming언어를 이해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웠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영어단어 철자도 제대로 못외우는 사람이 BASIC명령어를 외워서 사용해야 했기 때문이지요.

이렇듯 무료하게 컴퓨터를 배우고 있던 어느날, 컴퓨터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그 동안 배운 것에 대해 시험을 실시하겠다." - 학원 선생님

물론 모두들 말도 안된다며 웅성웅성 항의를 하기 시작했죠. 그런 우리들의 소란을 조용히 잠재운 선생님의 한마디.

"시험 성적이 좋으면, computer game을 하게 해 주겠다." - 학원 선생님

아니, 내가 그 동안 사용해 오던 시시해 보이는 컴퓨터에 그런 기능이 있었다니... 어쨌든 그리 나쁘지 않은 시험성적이 나온 덕에 8 비트 컴퓨터로 게임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여러분, 나처럼 이런 순서로 자판을 누르면 assembly mode로 변경됩니다. 그런 다음 내가 준 casette tape에서 원하는 게임을 불러와서 1시간 동안만 게임을 하겠습니다." - 학원 선생님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assembly라는 것도 program language중 하나더군요. BASIC에 비해서는 배우기가 조금 어려운 것이 단점이지만, assembly로 작성된 game은 그런대로 재미 있었습니다. 이날 이후로 computer에 대한 열정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하면서 computer로 할 수 있는 기능들을 배우기 위해 참으로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습니다. 그러면서 학교 공부와는 거리가 멀어지고, 학업성적이 떨어지면서 부모님으로부터 특단의 조치가 내려지게 됩니다. 다름아닌 computer와의 단절이었죠.

이렇게 시작된 암흑기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갈 때 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Posted by 화공쟁이
,

때는 1980년대 초반, 제가 중학생이던 시절입니다.
당시 컴퓨터를 배우자는 붐이 조금씩 일기 시작하던 때였습니다. 컴퓨터 학원에 등록한 친구들이 많아지면서 나도 컴퓨터학원 다니고 싶다고 부모님을 졸라댔었죠.

컴퓨터가 뭔지는 잘 몰랐지만, 막연하게나마 배워두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회사나 제품광고에 "컴퓨터"라는 말이 들어가면 그 회사나 제품이 좋다고 인식되는 사회분위기도 일조를 했었죠.. 컴퓨터 세탁 등...

학원에 등록하고 컴퓨터를 처음으로 대하게 된 날, 타자기와 텔레비젼이 짝을 이뤄 강의실 군데군데 놓여 있더군요. (당시는 keyboard, monitor라는 용어를 몰랐습니다. ^^;)

"이걸로 뭘 할수 있는거냐?" - 쟁이
"내가 그걸 알면 학원 선생님이게?" - 친구 1
"이제부터 하나하나 배워가야지." - 친구 2

당시의 컴퓨터는 전원을 켜면 초록색 모니터 화면에 cursor가 깜박깜박 거리며 바로 BASIC program을 작성할 수 있는 환경으로 들어갔습니다.

당시 사용하던 것은 8비트 컴퓨터로, 아직 operating system이란 개념이 확실하지 않았던 때였고, 컴퓨터 주변기기라는 것도 지금과는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내가 작성한 프로그램을 저장하기 위해 음악을 녹음하고 재생하는 casette tape를 이용했었죠. 당연히 hard disk도 없고, CD RW도 없으며 마우스도 사용하지 않는 환경이었습니다. word processor, media player, spread sheet등의 software도 당연히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요즘은 일반화된 인터넷도 그로부터 한참 지난 후에 개발이 되었죠.

하지만 장점도 있었다고 기억됩니다. 요즘은 컴퓨터 전원을 켜고, booting이 완료될 때 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데 비해, 당시의 컴퓨터는 그럴 필요가 없이 금방 booting이 되었다는 점.

생각해 보니까 그때와 지금의 공통점이 하나 발견되는군요. 그때나 지금이나 FDD(Floppy Disk Drive)는 눈을 씼고 찾아 봐도 찾을 수가 없군요.

Posted by 화공쟁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