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열심히 공부한다고 했는데 노력이 조금 부족했었나 봅니다. 대입 시험에 낙방하고서 재수생이 되었죠. 고등학교때 저와 친했던 친구녀석 하나는 컴퓨터 공학과에 입학하였습니다.
서로 노는 물이 다른 관계로 연락도 없이 지내던 그 녀석이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어느날 저를 찾아왔습니다. 손에는 합격을 기원하는 찹살떡을 사들고서.. 오랜 동안 연락이 없었기 때문이겠지만 조금 서먹서먹하더군요. 어색한 미소와 아주 일상적인 인사가 가볍게 오가고, 긴 시간 침묵... 저는 원래 떡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사온 사람의 성의를 생각해서 몇개 집어먹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그 녀석이 컴퓨터를 전공한다는 사실이 생각나면서 예전부터 궁금해 하던 것들을 물어봐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야! 8비트 컴퓨터하고 16비트 컴퓨터하고 어떻게 다른거냐?" - 쟁이
뭐라고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는 않습니만, 전문적인 기술용어를 섞어가며 열심히
설명을 해 주더군요... 아무리 친구사이라지만 제가 그런 말들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눈치챌까봐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하고서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렸습니다.
"컴퓨터 배우기 어렵냐? 학원을 다녀야 할까? 컴퓨터 한대 사려면 얼마나 있어야
하는데?" - 쟁이
"DOS를 먼저 배워야 하는데, 바보가 아닌 이상 컴퓨터 잘하는 친구한테 부탁해서
하루만 배우면 될껄?" - 친구
그밖에도 computer에 대해 상당히 많은 대화를 나눴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16비트
컴퓨터는 XT(eXtended Technology), AT(Advanced Technology)가 있고 요즘은 386컴퓨터가 개발되어 나왔는데 가격이 무척 비싸서 개인이 사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이라는등... 그리고 다음번 여름방학 기간에 자기가 다니는 학교에 방문해 주면, 기숙사 room mate가 집에 가고 없을 것이므로 숙식 제공은 물론 컴퓨터도 가르쳐 주겠다는 약속이 있었습니다.
두번의 실패는 있을 수 없다는 각오로 열심히 준비해서인지, 다행히 그해 입시를
통과하면서 드디어 화학공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화공쟁이로서의 삶이 시작된 것이죠. 그리고 화공쟁이 못지 않게 컴퓨터와의 인연도 깊어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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