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PC사용기

천공카드

화공쟁이 2018. 2. 9. 10:07

저보다 세살많은 누나가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호기심이 많은 시기라 누나가 대학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꺼낼때면 귀를 쫑긋 세워 관심있게 듣곤 했었죠.

그러던 어느날, 컴퓨터를 전혀 접해보지 못한 누나가 학교 computer 수업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FORTRAN 숙제를 해가지고 가야 하는데 걱정이야." - 누나
"FORTRAN? 그게 뭔데?" - 쟁이
"그건 넌 몰라도 되. 그런데 오늘 프로그램 다 짜놓지 않으면, 내일 천공카드 만드는 데서 오랬동안 줄서서 기다려야 하는데.." - 누나

온통 알아듣지 못할말 투성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까지도 지금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PC는 개발되기 전이고, 대학교에는 교육목적으로 중형컴퓨터를 설치해 운영하였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학교 컴퓨터를 이용하여 프로그램을 실행해 보려면, 먼저 program code를 작성해 key punch operator에게 넘겨주고, 작업이 끝날때 까지 기다려 천공카드를 받아들고 컴퓨터의 reader기를 이용하여 읽어들여 실행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한참후의 일이었습니다. 컴퓨터에 program을 입력하기 위해 keyboard가 아니라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있는 종이 카드라니.. 요즘 편리하게 사용하는 컴퓨터가 개발되기까지 상당히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중 뉴스를 통해 16비트 컴퓨터가 개발되었다는 소식을 우연히 접하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모든 컴퓨터 학원들은 서서히 기존의 8비트 컴퓨터 대신 16비트 컴퓨터로 교체 설치해 놓고 수강생들을 모집했겠죠. 그 두가지 컴퓨터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지 무척 궁금했지만, 고등학교 시절 그 차이를 알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은 불가능 했습니다. 부모님이 완강하게 반대하신데다 대학입시라는 중요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죠.